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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BS방송이 만 20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38%를 기록했다. 40%대가 무너진 것은 지난해 1월 연임에 성공한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차이 총통은 방역 성과를 바탕으로 50~60%대 지지율을 유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7%는 정부의 방역 대책에 불만을 표시했고, 57%는 백신 조달 능력에 만족하지 않았다.대만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게 된 배경은 복합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백신 확보가 너무 미흡했기 때문이다. 6월초까지 대만이 확보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AZ) 87만 회분에 불과했다. 현재 백신 접종률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적은 게 재유행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다. 실제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그동안 '방역 모범국'을 자랑하면서 방심한 탓에 방역이 해이해졌고, 자만에 빠져 코로나19 검사를 적게 한 것이 결정적이다. 실제로 재유행은 지난 4월 대만 정부가 항공사 승무원의 자가격리 기간을 14일에서 3일로 단축하면서 시작됐다.지난 5월초 타오위안 국제공항 인근 호텔에 묵은 항공사 기장이 변이 바이러스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기장은 다른 조종사와 승무원 20여 명을 전염시켰다. 또한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자신의 가족과 호텔 이용객들을 전염시켰고, 이용객들은 다시 자신의 가족과 회사 동료들에게 퍼뜨렸다. 즉, 기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는 이미 수많은 N차 감염이 일어나 지역사회에 확산된 뒤였다. 게다가 대만 정부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에만 치중했을 뿐, 자국민에 대한 검사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재유행 이전까지 지역 내 감염이 전무하자 코로나19 검사를 소홀히 하면서 초기 확산을 제때 막지 못했다.재유행이 시작된 뒤 대만 정부의 후속 조치도 전방위적이지 못했다. 5월19일 거류증을 소지하지 않은 외국인의 입국을 중단했고, 모든 학교의 문을 닫고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와 똑같은 봉쇄 정책의 되풀이였다. 반면 지역주민에 대한 하루 코로나19 검사자 수는 1만~2만 명대에 머물렀다. 외국인 입국 금지와 같은 봉쇄 조치는 외부로부터 코로나19 유입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지역 감염을 근절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조치였다.이렇듯 많은 허점을 노출하면서 'T방역' 신화는 무너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중국은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5월24일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이 자국산 백신을 대만에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한 "필요하면 의료 및 보건 전문가를 대만에 파견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대만 정부는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백신 공세를 계속 퍼부었다. 여기에 대만 야당인 국민당과 일부 지방정부가 호응했다. 5월29일 국민당 산하조직은 중국 관변단체와 시노팜 500만 회분, 화이자 500만 회분을 기증받기로 합의했다. 전날 대만 정부가 지방정부와 민간이 백신을 직접 구매하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이다.?대만 야당, 中 백신 받자 "新국공합작" 비난도중국과 인접한 대만의 섬 진먼다오(金門島)에서도 지방정부가 중국 적십자회와 합의해 백신을 기부받기로 했다. 진먼다오현 현장(縣長)은 국민당 소속이다. 그로 인해 대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백신을 앞세워 새로운 '국공합작(國共合作·국민당과 공산당의 협력)'을 벌인다고 한탄했다. 이렇듯 중국의 백신 공세가 거세지자, 일본과 미국도 나섰다. 6월4일 일본은 자국에서 접종을 중단한 AZ 124만 회분을 대만에 제공했다. 6일에는 대만을 방문한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이 백신 75만 회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이런 일본과 미국의 지원에 대해 대만 정부는 "독재국가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는 대만을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지지해 주었다"며 감사했다. 그러나 대만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르다. 폭스콘에 근무하는 직장인 리웨이(가명)는 필자에게 "방역 모범국으로 손꼽히던 대만이 어떻게 다른 나라들의 백신외교 전장(戰場)으로 전락했는지 자존심이 상한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재유행은 대만의 각 분야에 충격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산업 유관단지의 집단감염 확산으로 인한 조업 중단과 국가대표 야구팀의 도쿄올림픽 참가 포기다.6월초 대만 최대 반도체 검사업체인 징위안(京元)전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뒤 312명이 확진됐다. 집단감염은 징위안전자가 소재한 주난(竹南)산업단지에 퍼져 다른 4개 반도체기업에서 100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확진됐다. 그로 인해 징위안전자와 3개 업체는 수일 동안 조업이 중단돼 반도체산업 전체에 타격을 주었다. 반도체산업은 대만 GDP의 15% 이상을 차지한다. 6월3일에는 대만야구협회가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 참가를 포기했다. 대만 야구는 세계 랭킹 4위로, 올림픽 메달을 기대할 정도로 최고 인기종목이다.?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네이버에서 시사저널 뉴스를 받아 보세요▶ 시사저널 최신호 보기